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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음식은 공동체 회복의 에너지다

문화∙생활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소통협력과 작성일 2021.11.01

코로나19 사태에 맞이한 엄동설한의 겨울 넘기기
핵가족화, 개인화로 공동체 복원 더 절실해진 시기
공동체 복원 위해 음식 행복 프로그램 활성화 필요
다정한 이웃이 있으면, 그 혜택은 자기에게로 돌아와

나무의 월동 준비는 여름 중반부터 시작한다. 그때부터는 외부 성장을 끝내며, 겨울 추위로 물관에 생기는 칼날 같은 얼음덩어리가 내부 심장부에 닿지 않게 하는 목질화 작업을 진행한다. 겨울에 나뭇잎을 다 떨군 채, 죽은 것 같던 나무가 봄에 다시 소생하는 것이다.
나무는 단 1인치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묵묵하게 이러한 일들을 해낸다. "나무는 나무를 욕망한다"라는 말이 어울린다. 나무는 태어난 그 자리에서 씨앗을 날리며 삶을 멋지게 완성하는데, 우리 인간은 너무 많은 영토를 기웃거리면서 더 많이 갖지 못해 싸운다. 자기가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을 갖지 않고 영토를 무분별하게 확장한 대가가 코로나19 사태가 아닐까.
포스트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가 본격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 겨울이 다가왔다. 코로나 사태로 삶이 더 팍팍해지고, 핵가족화와 개인화로 도와줄 친지도, 친구도 찾기 어려운데 우리는 엄동설한의 겨울을 어떻게 넘겨야할까.
물리적 도움은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들 마음은 너무 외롭다. 과거에는 이웃집 숟가락 숫자까지 알며 서로 나누는 삶을 살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학교 친구들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밥과 반찬을 도시락 뚜껑에 담아 건네주던 시절도 있었다. 친구의 의미가 노을 지는 저녁 여유로운 시간에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즐겁게 이야기하는 게 아닌, 페이스 북의 사생활 공개 정도에 의해 정해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연결 범위를 조금 좁히자. 가정과 지역 공간에서 소소한 행복을 누리자. 뼈에 가까운 살이 맛있듯이, 뼈에 가까운 삶은 살맛을 나게 한다. 함께 노동하면서 어쩌다 양동이에 서로 손이 살짝 부닥치면 인간의 유대감이란 행복 호르몬이 솟아오른다.
행복한 공동체 복원을 위해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서 느끼는 행복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제안한다. 그것은 바로 음식이다. 음식은 마음의 온기를 전하며, 유전적으로도 행복의 도파민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음식은 나누면 더 맛있듯이, 이를 매개로 한 공동체 유대감은 훨씬 커질 수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아파트 음식 공유 시스템과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농부의 시장 같은 기획들을 마련할 수 있다.
첫째, 아파트 음식 공유 시스템이다. 해운대는 아파트 밀집지대다. 단지마다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 조식 제공 아파트가 인기를 끈다. 업체에게 음식을 맡기는 게 아닌, 아파트 거주 주민들(음식 경험이 많은 장년층 및 노년층)이 직접 음식을 마련해 입주자들에게 조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요리하는 주민들에게는 수당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례는 서울 마포구 민중의 집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민중의 집 프로그램은 아파트는 아니라도 홀로 사는 1인 가구들과 요리를 함께 한다. 또 할머니 밥상 프로그램을 마련, 주민들의 유대감 형성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요리를 준비하기 위해 인근 전통시장에서 식자재를 함께 사오기도 했다.
둘째, 팜 투 테이블 프로그램이다. 말 그대로 해운대와 기장 일대에서 주민들이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지역 식당 테이블에 제공한다. 농민과 도시농민들은 판매망을 구축하며, 소비자는 신선한 유기농 농산물을 먹을 수 있으며, 식당도 안전하고 신선한 재료를 제공받으니 서로가 이익이다. 지역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해 지역사이클링 밀도를 높이는 유통 구조다. 해운대구청은 인증제도와 지원을 통해 협약을 맺은 지역식당이 더 싼값으로 구매하게 돕는다.
셋째, 적당한 장소에서 주민요리경연대회와 농부의 시장 같은 농산물 품질경연대회를 여는 것은 어떨까. 주민들은 요리솜씨를 뽐내며 직접 재배한 농산물 품질을 비교하면서 공동체 간 소통을 넓히는 축제형 기획이다. 가끔 아파트 안에서 장이 열리면, 별 것 없는 데도 주민들이 북적거린다. 동네 사이버커뮤니티 상에서 지역유기농농산물 직거래 역시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음식을 매개로 한 공동체 기획들의 가능성을 넓히고 있다. 해운대구청은 지역재생 차원에서 이러한 기획들을 적극 매개하면서 지원과 혜택을 준다.
음식이 지역공동체 재생에 마중물 역할을 한 다음에 차츰차츰 협동조합, 마을기업, 지역화폐, 공동매입과 배분 시스템 구축, 호혜적인 품앗이 같은 지역공동체 골격시스템을 갖출 일이다.
평온하며 다정한 이웃이 있으면, 그 혜택은 자기에게로 돌아온다. 옷이든 친구든 새로운 것을 얻으려 스스로 힘이 들게 하지 말자. 자기가 존재하는 곳, 자기 속으로 팽창하며 깨우치는 방법을 우리는 깨우쳐야 한다.
코로나 19 사태를 시련으로 감쪽같이 위장한 기회라고 생각하며, 공동체 복원에 힘 모으자. 예쁜 원색으로 신비롭게 물드는 단풍도 지난날의 사랑과 시련이 켜켜이 쌓인 결과물 아닌가.

박 태 성

·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영국 스태퍼드셔주립대학교(사회문화학과) 석사/부산일보사 기자·논설위원(1986~2017년)/부산시민회관 본부장(2017~2019년)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음식은 공동체 회복의 에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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