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테마 에세이 - 바다로, 세계로 통하는 해운대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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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12.14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해운대에선 바다로 통한다
해수욕장 가는 길 514m
세계인 어울리는 명소되다
장지유수 흘렀던 허허벌판
문화 광장으로 변모


몇 해 전 작고한 최인호 작가의 소설 '길 없는 길'은 우리나라와 중국 선승들의 수행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스승의 지도와 도반의 도움이 있었겠지만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 '봄 길'처럼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고,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길은 사람이 오고가고 온갖 상품과 문화가 오간다.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장건이 개척한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가 서양으로 가고 마르코폴로 같은 서양 사람들이 동양으로 왔다.
고대 서양에서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지만 해운대에선 바다로 통한다. 예부터 해운대는 거북이가 남쪽을 향한 지형이어서 구남벌이라고 불렀다. 해운대광장(구남로, 龜南路), 동해남부선 옛 해운대 역사, 지금은 도시철도 해운대역에서 해수욕장까지 가는 길이 514m 도로다.
도시철도 해운대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니 청록색 기와로 머리를 단장한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 역사가 정겹게 보인다. 해수욕장이나 온천을 찾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역사를 이용했으리. 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이곳을 통해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34년 개통돼 이듬해부터 영업이 개시돼 동해남부를 잇는 교통 요충지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니 신도시를 거쳐 가는 우회 철도가 신설되어 지금은 텅 비어있다.
철도 당국은 이곳에 초고층 상업시설을 세우겠다는 입장이고, 인근 주민들은 반대한다. 역 앞 광장에는 '철도 부지를 시민공원으로 돌려달라는 결의대회를 개최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초고층 건물들이 역사 주변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다. 그만큼 해운대의 값어치를 입증하지만 한편으론 지나친 난개발이 아닌지 씁쓸하다.
해수욕장 방면으로 걸어가 본다. 커피숍, 갈비집, 편의점, 밀면집, 사주 타로 점집 등 온갖 가게가 촘촘히 들어섰다.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임대료가 엄청나다고 한다. 구남로 주변에만 숙박호텔이 24곳이나 된다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31번 버스 종점과 해운대 신일교회 옆으로 조그만 개울이 있었는데 지금은 복개되었다. 장산에서 내려온 물이 흐르던 장지유수(  池流水)다. 맞은편은 허허벌판이었는데 골목마다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들어섰다.
세이브존이 보이고 이어 해운대 전통시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장어구이, 곰장어, 돼지국밥, 생선가게, 채소가게, 옷집 등 갖가지 먹거리와 공산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될 무렵 우리 집 앞에 난전이 차려졌는데 그 후 목조로 세운 시장이 들어섰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 사이에 물난리로 춘천이 범람하는 바람에 2층 규모 새 시장이 세워졌다. 1층은 채소, 생선, 횟집 등 음식가게가, 2층은 카바레가 입점했다. 그 카바레에서 총선에 나온 후보들이 유세를 했는데 얼마나 흥미진진했던지. 이젠 씨클라우드 호텔이 자리 잡았다.
바다가 보인다. 하늘은 청명하고 바다는 짙푸르다. 춘원 이광수가 '잠이야 아무 때 못 자랴. 이 청풍 이 명월을 두고∼'라고 노래했던 그 바다가 아닌가. 노보텔 호텔 자리는 미군 수송부대가 있었던 곳. 돌멩이 두 개를 놓고 골대 삼아 축구를 했고, 해수욕장엔 미군들만 전용으로 출입하던 비치클럽이 위치해 파란 눈의 남녀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던 유년의 기억이 남아있다.
아∼ 이 동네에서 태어나 30여 년을 살았던 정든 고향이 아닌가. 그런데 외지에서 온 사람들에게 옛 터전을 내주고 어찌하여 고향을 떠난 신세가 되었는가. 동백섬 너머로 지는 늦가을 해가 내 마음을 대신해주는 듯하다. 
구남로에서는 '빛 축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연말연시 해운대를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밝힐 것이다. 그야말로 송구영신(送舊迎新)! 겨울이어서 '고운바다길 분수'를 보지 못해 아쉽다. 음악 분수 쇼, 체험 분수, 미디어 분수 쇼, 미디어 영상 상영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는데.
짙은 선글라스를 낀 외국인 남녀 커플이 지나간다. 팔등신의 늘씬한 서양 미녀들, 히잡을 둘러쓴 무슬림 여성도 보인다. 중국인이나 동남아 사람들은 외모가 비슷하니 외국인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어찌되었든 해운대가 국제적 명소라는 의미일 것이다.
해운대광장(구남로)는 얼마 전 허들링 문화제, 스타트 업 페스티벌, 버스킹 축제가 열린 문화의 광장이다. 하지만 궂은 날씨에도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상설 전시장이나 공연장이 하나쯤 세워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술 밥에 어찌 배가 부르랴. 머지않아 그런 날이 찾아오겠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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