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반송 거리극 축제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5.11.09

주변부에서 세계로


하늘은 높고 바람은 시원한 10월의 두 번째 주말, 반송을 찾아갔다. 다닥다닥 붙은 2층 집과 좁은 골목, 이웃집의 콧노래 소리도 훤히 들릴 듯하다. 집단 이주촌으로 지어진 영락없는 70년대 풍경이다. 노약자들만 거주할 것 같은 이 동네 거리에는 젊은이들이 분주하게 오고간다. 거리 곳곳에는 통 크게 합치니 왜 이리 좋노!라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인다. 반송1동과 반송3동의 통합을 기념하는 제1회 반송 거리극 축제 현장이다.
첫째 날인 9일 오후 영산대 운동장에서 길놀이 퍼레이드와 퓨전국악, 뮤지컬 갈라쇼 공연 등 식전행사와 난타공연, 반송사랑 플래시몹 등 화합행사가 열렸다. 이틀째인 10일에는 아랫반송로 거리 곳곳에서 거리극 공연이 이어졌다. 마리오네트 공연장이 우선 눈에 띄었다. 아주머니, 할아버지, 꼬마 관객 등 2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리오네트가 능청스레 연기를 펼쳤다. 가느다란 줄 여러 가닥에 연결된 마리오네트는 마치 사람인양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선보이는 게 아닌가. 체코 프라하에선 모차르트의 오페라를 마리오네트로 공연해 훌륭한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했지.
몇 걸음 옮기니 대학생들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페이스페인팅을 선보이고 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랗고, 색의 조화가 오묘하다. 얼굴을 단장한 어린이들은 모두 아동극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뉴질랜드에서 온 두 살 박이 손자 녀석 얼굴에는 호랑이 수염이 그려졌다. 이웃 부스에선 도자기 공예 체험과 다포 채색 체험이 한창이다. 엄마 손잡고 나온 어린이들이 숨어있던 재능을 발견한 마냥 신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보컬과 피아노 연주도 축제장의 신명을 북돋운다. 도서 교환 행사장에선 여러 묶음의 아동용 도서가 새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주민들의 서예작품 수십 점도 서로 솜씨를 뽐내고 있다.
영산대 정문 입구,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태권도 도복을 입고 발차기 연습을 하고 있다. 무슨 행사인지 한 젊은이에게 물었더니 영산대 태권도 전공 학생 17명이 참여한 팀 울프의 대한독립 만세 Korea라고 한다.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2002년 월드컵 때 응원가인 대∼한민국 함성도 터져 나왔다. 한 차례 뛰어올라 1㎝ 두께의 송판을 다섯 장이나 잇따라 격파하는 묘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구경나온 주민들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인접한 공연장에서는 마술 쇼 임파서블 쇼가 진행되었다. 태권도 묘기를 보느라 지체하는 바람에 마술 공연은 이내 끝나고 말았다.
무려 6개 공연장에서 동시에 진행된 공연을 모두 관람할 수는 없는 일. 취향에 맞게, 또는 발길 닿는 대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필자가 축제장을 찾은 시각이 이른 때문이었는지 관람객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연극축제인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 아비뇽 교황청 앞마당에서 연극 세 편을 공연하면서 시작됐다. 인구 10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축제가 열리는 3주 동안 관광객이 약 50만 명이나 찾는 성대한 행사로 성장하였다. 영국의 에든버러 축제 또한 마찬가지다. 1947년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상처받은 이들을 위무하기 위해 오페라, 연극, 클래식 음악 공연을 펼친 게 기원이다. 그런데 초청받지 못한 팀들의 프린지(fringe) 공연 때문에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했다. 2011년에는 2천600여 공연이 진행됐다고 한다.
반송 거리극 축제에도 여러 팀이 프린지, 즉 자유참가 공연을 했다. 프린지는 주변, 변두리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자유롭고, 창의적이다. 문화와 예술은 그런 토양에서 무럭무럭 자랄 수 있다. 대문호 괴테는 가장 지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거리극축제의 시작을 알렸을 뿐,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는 더욱 알차고 풍성해지리라. 특히 시민평가단을 30 명이나 공개모집하여 꼼꼼하게 점검했으니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 주민단체 사무실 출입문에 通(통) 글자가 세 자나 붙어있다. 가까이 가보니 만사형통, 운수대통, 주민소통이라고 적혀있다. 주민들이 소통하면 만사가 형통할 것이고, 운수 대통도 뒤따르는 법. 반송은 삼통(三通)의 고장임에 분명하다.
** 언론인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반송 거리극 축제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1유형:출처표시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 반송 거리극 축제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