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이 사람> 함정임 소설가·동아대 교수
작성자 | 홍보협력과 | 작성일 | 2024.0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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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피워낸 해운대 헤밍웨이가 머문 쿠바 아바나처럼 해운대를 세계인이 찾아오는 문학 도시로 바다파출소, 소망의원, 해바라기미용실, 카페루카, 여주쌀집, 해운대성당. 골목 입구에 서 있는 늙은 소나무를 지나면 바닷가 이차선 도로, 그리고 선셋모텔, 퀸스모텔, 글로리아호텔, 씨클라우드호텔을 지나서 황금호밀빵집…. 낯익은 길을 걷는 것 같지 않은가? 맞다. 그대가 생각하는 바로 그 해운대 골목 풍경, 소설 <해운대>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이처럼 해운대 골목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 <해운대>는 함정임 소설가의 작품집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 실려 있다. 2006년에 직장 때문에 부산에 내려와 해운대 주민이 된 함정임 소설가는 애살 끝판왕이다. 해운대 알리기에 열정적이고 진심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일컬어지는 이상문학상을 여러 번 수상한 함정임 소설가를 만났다. 함정임 작가는 동아대학교 한국어문학과에 재직중이다. 학기 중엔 강의와 연구, 창작을 병행하고, 방학 땐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 머물거나 미국, 남미, 아프리카 등지를 답사·취재해 소설과 칼럼을 연재 발표하며 매년 책을 펴낸다. 힘들 때 부산서 처음 맛본 방아와 바다장어에 홀딱 반해버린 함정임 작가, 별명까지 함방아가 됐다. 그는 요즘 부산음식 전도사를 자처한다. 기자와 작가들, 지인들이 부산을 찾아오면 해운대에서 난 싱싱한 재료로 요리한 음식을 꼭 맛보인단다. 그 역시 잘 알려진 미식가이다. 음식과 여행 관련 책도 여러 권 냈고, 문학과 요리를 주제로 한 인문학 강의도 인기다. 오는 26일엔 해운대 거주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인문학 강의를 한다. 작가의 눈에 해운대는 어떤 곳인가요? 해운대를 무대로 쓴 제 소설이 꽤 되요. <푸른 모래>는 청사포를 배경으로 했고요. <환대>, <구름 한 점>, <저녁 식사가 끝난 뒤>는 달맞이 언덕을, <상쾌한 밤>은 송정, <백야>는 미포, <해운대>는 아예 제목이 <해운대>에요. 해운대 해변과 골목을 배경으로 했어요. 저는 오랫동안 세계 곳곳의 도시들과 바다, 항구, 포구들을 여행하면서 느낀 안목과 시각으로 해운대를 봅니다. 한국 최대 관광지 해운대의 피상적인 양상과 이면에서 숨 쉬고 있는 마음을 체득하면서 휘황하면서도 고독하고, 비정하면서도 외로운 처지와 상황을 소설에 담았습니다. 동시에 인간은 밥이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아름다움(美)도 포기할 수 없는 본능의 영역임을 인물들에게 새겨 넣으려고 했습니다. 곧 일상 속에 피어나는 한 송이 환각의 꽃처럼, 무엇인지 불분명한 순간을 견디고 통과하고 난 뒤에 만나는 진실처럼. 해운대로 이사 오기 전에 사시던 곳과 다른 점이라면요?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사회생활을 했죠. 부산엔 한강과 호수를 압도하는 바다와 포구들이 있어서 의식이 확장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에서 에디터로, 작가로 활동하면서 관계 맺었던 것들로 인해서 여전히 서울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어요. 이건 부산지역 청년들이 직장을 찾아 부산을 떠나야 하는 문제와 얽혀있어서 안타까워요. 제 강의를 듣고, 작가가 되고, 문화매체프로그램을 수강하고, 서울과 부산의 출판사 인턴 경력까지 취득한 학생들조차 부산의 인프라 부족으로 관련 분야에 취직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20년 가까이 해운대에 살고 계세요. 주민으로서, 해운대에 필요한 것이 뭘까요? 해운대에 외국인 관광객이 정말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프랑스나 이탈리아 항구들처럼 천혜의 자연 경관을 문화 예술적으로 잘 보듬어 살려야 하는데 과시 행정적인 표지가 너무 많아 온전한 감상과 사색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할수록 찾고, 각자가 들여다보도록 만드는 방법을 탐구해야 해요. 여행자들이 즐겨 다니는 길목마다 쓰레기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주민들도 산책길 쓰레기 정도는 스스로 줍는 애정이 필요하구요. 디테일들을 얼마나 섬세하게 관리하고 있는가가 모두에게 필요한 거 같아요. 해운대가 좀 더 품격 있는, 예술적인 힘이 넘치는 곳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쿠바 아바나에 가면 암보스 문도스 호텔이 있는데 그곳은 일 년 내내 방문객들로 붐벼요. 헤밍웨이가 소설을 썼던 곳이에요. 해운대도 거기 못지않게 국내외 작가들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창작 활동하기 좋은 곳이죠. 칸느나 니스, 나폴리와 견주어도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아요. 미포, 청사포, 구덕포 어디쯤에 국내외 문학인들을 초청해 그들이 머물며 작업할 수 있는 레지던스를 소규모나마 마련하고, 매년 또는 격년제로 국제 작가축제를 개최한다면 해운대와 청사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것이고, 그들 중 어떤 작품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단순히 관광 차원이 아닌 작품의 무대를 찾아오는 여행자들로까지 이어지면 해운대는 세계적인 문학 도시로도 더욱 사랑받을 거예요. 해운대의 많은 호텔과 숙소 중 하나를 메세나 형식으로 해운대구청과 MOU를 체결하여 Writers Room으로 제공해도 좋을 겁니다. 글 원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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