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해운대구보건소 오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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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7.10

"어릴 적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요"

오동나무는 잎이 좋을까, 꽃이 좋을까. 사람마다 다르다.
어른 손바닥보다 넓적한 잎을 치는 이가 있고 금방이라도 금방울, 은방울 소리가 날 것 같은 꽃을 치는 이가 있다. 우열 가리기가 힘들 만큼 잎도 좋고 꽃도 좋은 나무가 오동나무다.
잎도 좋고 꽃도 좋은 오동나무. 그러나, 오동나무의 가장 큰 미덕은 잎도 아니고 꽃도 아니다. 나무 몸통 그 자체다. 옛날 관아의 기둥이 연상되는 원통 나무야말로 오동나무를 오동나무이게 하는 일등 공신이다.
"어릴 적 고향집 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아요."
꽃을 들여다보는 이는 부근 아파트 주민. 보건소 몇십 계단을 막 올라와 가쁜 호흡을 꽃 보며 가라앉히는 중이다.
오동나무와 할아버지? 흘려들으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옛날 어른들은 그랬다. 딸을 낳으면 마당에 오동나무를 심었고 그 딸이 시집갈 때 오동나무로 혼수 가구를 짰다.
그랬다. 오동나무는 혼수용이었다. 딸이 크는 만큼 나무가 컸다. 딸이 열다섯에서 스무 살에 이르면 오동나무도 최고의 높이, 최고의 너비에 이른다. 최고에 이르러 강했고 그러면서 가벼웠다. 나무를 닮아 잎도 최고여서 토종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크다. 나무를 닮아 꽃도 최고여서 금방울, 은방울 종소리를 낸다.
오동나무는 혼수용이면서 장례용이었다. 그리고 악기용이었다. 어른이 돌아가시면 오동나무로 관을 짰다. 벌레를 물리치는 성분이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오동나무 관을 선호한다. 거문고나 가야금 나무도 오동나무였다. 나무에 튕기는 맛이 있어서 울림이 좋았고 뒤틀림이 적었다.
해운대구보건소 오동나무가 있는 곳은 몇십 계단 맨 위. 보건소 건물을 지나 해운대구 치매안심센터를 지나 계단을 다 오르면 오른편에 보인다.
잎도 좋고 꽃도 좋아서 사람을 세우지만 여기 오동나무는 그런 거와 무관하게 사람을 세운다. 오동나무 심던 고향집 할아버지를 생각나게 하고 나이드신 부모님을 생각나게 한다.
해운대구 치매안심센터
나무에서 내려다보이는 네모반듯한 건물은 해운대구 치매안심센터. 치매 안심을 공공의 차원에서 지원하는 보건 서비스 기관이다. 살아온 기억을 놓아버리는 일, 치매. 치매는 무섭다. 치매는 질병이고 치매 위험은 누구라도 있다. 사전에 막을 수 있으면 막고 사후라도 할 수 있는 일 하나하나 해나가려는 센터가 오동나무 잎 사이로, 꽃 사이로 내려다보인다.
치매는 그렇단다. 조금 전의 일은 잘 까먹어도 오래전 일은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오동나무로 혼수 가구를 만들어 쓰던 그 옛날에도 그랬을 것이다. 딸 낳고서 심었고 딸 혼수로 베었던 오동나무. 그 할아버지, 그 부모가 나이들면서 다른 기억은 다 놓고 살아도 오동나무 기억은 어찌 놓았으랴. 담장 안의 오동나무를 봐도 떠오르고 담장 밖의 오동나무를 봐도 떠오르던 그 흐뭇하고 그 달달한 기억들.
오동나무는 달달하다. 꽃내가 달달하고 소리가 달달하다. 오동나무는 꽃이란 꽃이 모두 아래를 보며 꽃내를 내려보낸다. 높은 나무가 내려보내는 꽃내는 천리만리, 천만리로 퍼져나간다. 오동나무 소리는 금(琴)의 소리. 가야금, 거문고를 심금에 품었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금방울, 은방울 소리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달달했던 기억들을 되살려 낸다.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해운대구보건소 오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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