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봉사하며 말동무도 얻고 … 우2동 동백공방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8.02.08

<박병곤의 해운대 이야기>


주민협의체 직접 운영
자수 도자기 비누 은공예
다양한 강좌 운영


해운대12경 민화 제작
관광문화상품 개발 계획


해운대구 우2동 올림픽교차로에서 신도시 우회도로 방향으로 들어가면 초입에 자리 잡은 우2동 마을공방 내 동백공방이 보인다. 우2동 경로당과 노인 일자리 공방이 입주한 2층 건물의 1층 한구석이다. 20㎡쯤 될까. 협소한 면적이지만 회원들이 제작한 공예작품과 각종 재료, 도구들이 진열되어있다. 요하네스 프리메이르의 진주 목걸이를 한 소녀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옮겨놓은 DIY 작품인 쿠션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오복(62) 대표는 우2동 새마을문고 회장을 하다가 커피찌꺼기로 비누와 방향제를 만들면서 생활 공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중1동 솔밭예술마을에 2년 동안 입주해 여러 작가들을 알게 되었고, 달맞이프리마켓에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는 경력단절 여성들과 함께 자수, 도자기, 비누, 은공예 등 소호작품을 제작해 프리마켓에 출품할 예정이란다. 박 대표는 해운대신문 명예기자회 회장도 맡고 있으니 그야말로 마당발이다. 2016년에는 해운대구를 찾은 중국의 한 자치구 방문단 10여 명이 공방을 찾아와 벤치마킹하고 갔다. 지난해에는 여름부터 준비하여 목도리 100여 개를 뜨개질하여 인근 경로당 세 곳에 기부했다고 한다.
동백공방은 솔밭예술마을에 아뜰리에를 차렸던 남문현 한국화가를 초청해 민화(民畵)강좌를 개설 중이다. 회원 10여 명이 동백섬, 청사포, 해운대온천 등 해운대12경(景)을 민화로 제작해 지난해 10월 30일부터 11월 12일까지 해운대구청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해운대 12경 민화는 안경닦이나 충전기, 머그컵, 마우스패드, 우산, 기념엽서, 냉장고에 부착하는 마그네틱 등으로 재가공할 수 있으므로 해운대를 널리 알리는 관광문화 상품으로 활용할 가치가 높아 보인다. 해운대구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해운대의 새로운 명물이 기대된다. 박 대표는 남 작가의 제자들로 구성된 군방원 회원들과 함께 지난해 가을 해운대문화회관과 갤러리 보명에서 회원전을 갖기도 했다. 군방원은 남 작가의 모교인 홍익대 옥상 정원 이름이란다.
남 작가는 민화 그리기는 점과 선, 면을 유의해서 관찰하면 누구나 그릴 수 있다며 그림 그리기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앞으로도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평가했다. 체계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라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흉내 내거나 밀레의 만종에 도전해보면 행복지수가 급상승하지 않을까.
동석했던 이영애(59) 씨는 이 공방에서 다양한 생활 공예를 체험했다. 민화 수업은 6개월가량 받았다는데 해운대12경 민화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 씨는 전업 주부가 무료하게 지내다가 손뜨개나 천연 화장품 만들기를 익히고 민화 그리기에도 도전하게 되니 우울증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민화 선생님인 남 작가가 안목과 센스가 풍부해 여러 문화센터로부터 출강 요청을 받고 있다고 자랑한다.
노년에 건강을 지키려면 적절한 섭생, 즉 영양 섭취와 운동, 그리고 휴식이 관건일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라도 학습하려고 한다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며 즐거움을 안겨 주리라. 미당 서정주 시인도 노년에 세계 각국의 유명한 산 이름을 암기하면서 치매 예방약으로 삼았다.
미국 시골마을의 평범한 주부이자 농부의 아내였던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할머니는 75세가 되어서야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던 모지스 할머니는 자신이 살았던 마을과 일상생활, 전원의 풍경을 그렸다. 할머니의 그림은 2차 세계대전으로 고통 받았던 미국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88세에 올해의 젊은 여성으로 선정되었고 93세에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다. 101세로 세상을 떠나기 까지 1천600점의 작품을 남겼다. 할머니는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라는 에세이집을 통해 사람들은 내가 이미 늦었다고 말하곤 했어요. 하지만 무엇인가 꿈꾸는 사람에겐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젊을 때이거든요라고 조언했다.
심리 전문가들은 행복은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물질에 달린 게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인간관계가 얼마나 풍부하고 원만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문화예술을 공부하면서 친숙한 말동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 일석삼조가 아닐까.
박 대표에게 소망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제가 사는 동네에서 소박하게 즐겁게 함께 작업하기를 바란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더 큰 바람이 없는지 물었더니 공간이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래야 한국판 모지스 할머니가 더욱 많이 나올 수 있겠지. 황금 개띠 해를 맞아 소원성취, 만사형통하시길!


*언론인


배우고 봉사하며 말동무도 얻고 … 우2동 동백공방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1유형:출처표시 배우고 봉사하며 말동무도 얻고 … 우2동 동백공방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