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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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통협력과 작성일 2020.10.05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

기상재해와 코로나19 사태, 무척 팍팍했던 여름
근대성에 중독된 인류에게 던지는 마지막 경고
지나치게 서두르거나, 너무 연결되지 않을 필요
일상에서 자연 지키는 방법 하나둘씩 실행하기

귀뚜라미 소리가 차츰 여물어지는 가을이다. 찰랑거리는 냇물 사이로 형형색색의 나무 이파리들이 아름다운 기억들을 되새김질 하려는 채비를 막 끝냈다. 한여름의 땀방울들이 송글송글 모이며 결실을 맺는 가을날은 젊은이들의 에너지인 여름과, 노인들의 주름인 겨울이 섞이는 조화로운 계절인 것 같다.
이번 여름은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시련을 던져주었다. 지구가열에 따른 태풍과 폭우는 물론,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우리의 삶이 무척 팍팍했던 여름날들이었다. 사색의 계절, 가을은 전지구적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과, 지나친 연결을 줄여야겠다는 과제를 떠안겨 주었다. 초윤장산(礎潤張傘·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펴라-전조가 있을 때 미리 대비하라)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때다.
최근 지구 가열 현상은, 산업화로 인해 편해졌는지 모르지만 절대 안전하지 않은 위험사회의 상설화를 일깨운다. 소유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던 호주 원주민들은 백인 사회를 이렇게 조롱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물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사람이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자본주의는 인간 욕심을 끝없이 확장시키는 관성을 갖고 있다. 톨스토이는 말년에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란 단편소설을 썼다. 소작농 주인공 바흠의 꿈은 자기 땅을 많이 가지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희소식이 들려왔다. 바시키르인들이 사는 곳에서 아주 싼 값에 땅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촌장과 계약을 맺는데, 1000루블을 내면 해가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깃발을 꽂은 땅은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해가 질 때까지 돌아오지 못하면 그 땅은 무효가 돼버린다. 바흠은 비옥한 땅들이 눈앞에 펼쳐져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전진했다. 바흠은 계약 조건으로 인해 다급히 돌아오려 했는데, 몸이 더 이상 말을 들지 않았다. 어떻든 지는 해를 바라보며 온 힘을 다해 겨우 출발지로 돌아왔다. 마침내 해가 뉘엿뉘엿 기우려는 순간, 가까스로 출발선에 도착해 아픈 가슴을 쥐며 쓰러졌다. 애타게 그를 기다리던 가족들과 바시키르인들은 소리를 지르며 성공을 축하했다. 그런데 정작 바흠은 이미 피를 토하며 죽어 있었다. 결국 바흠이 가진 땅은 2평 남짓한 무덤뿐이었다.
기상재해와 코로나19 사태는 근대성에 중독된 인류에게 던지는 정말 마지막 경고인지도 모른다. 자연에 가학의 채찍을 휘두르면서 오직 에너지원으로서 대한 결과다. 태국 해안가에 서식하는 긴꼬리원숭이는 돌이란 도구를 이용해 조개껍질을 부수고는 조개를 먹는 영장류다. 그런데 워낙 쉽게 조개를 얻는 나머지, 주위의 조개가 급격하게 줄어 긴꼬리원숭이의 존재가 위협을 받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은 우리가 증오하는 게 아닌,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들일 것이란 헉슬리의 예언이 섬뜩하다.
지구란 암석덩어리도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생각하면 빈약하기 그지없는 행성이다. 우주에는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를 비롯, 무려 1000억 개가 넘는 은하들이 있다. 각 은하마다 약 1000억 개가 넘는 별들이 있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빛은 지금의 빛이 아닌, 이미 지나간 과거의 빛이다. 어떤 별은 지구가 생성되기 전에 발사한 빛을 지금 관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그 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런데 광활한 우주의 바깥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 영화 맨 인 블랙에서는 고양이가 우주를 실은 목걸이를 걸고 다닌다. 또 거대 생물체가 여러 우주들을 구슬로 만들어 놀이하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이 영화 같이 우주도 누군가에게 장난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지구 45억년의 역사 속에서 인류 역사는 고작 2백~3백 만 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졌다고 막연히 생각하는 공룡은 무려 1억 5천만년 가까이 지구상에 생존했다. 정말 미미한 시공간 속에서 지구 주인 행세를 잠시 하는 인류가 땅 한 뼘 더 가진들, 아파트 평수가 조금 더 큰들, 통장에 예금이 많은들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재난들은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다. 자연 한 곳에서 구멍이 생기면 다른 곳에서 연쇄적인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다. 제어할 수 없는 전지구적 연결망의 가속화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피해가 눈덩이 같이 커지고 있다. 우리가 겸손하게 자연과 인류를 지키려는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인류가 지구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 종족인지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한숨과 절망도 할 필요가 없다. 지나치게 서두르지 않아도, 쓸데없이 연결되지 않아도,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백두산은 한반도 쪽에서는 엄청나게 가파르고 높은 산이지만 중국 쪽에서는 완만한 경사가 이어져 가다 보면 어느덧 정상에 다다르는 그런 산이다.
이렇듯 사회를 바꾸는 투쟁은 거대한 이념과 성능 좋은 무기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하나둘씩 자연과 인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직접 실행함으로써,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친구들을 지속적으로 생성시키는 것도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동안 밖으로 오직 향했던 시선들을 거둬들이고, 내면에 시선을 두면서 그동안의 삶의 방식을 성찰할 때, 이 전례 없는 위기도 우리 인류 특유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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