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구덕포 해송

null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09.27

"몸은 움츠려도 마음은 펴지는 것 같아요"

구곡간장이다. 굽이굽이 휘어지고 뒤틀린 구곡간장 나무가 나무 보는 사람의 애간장을 녹인다. 사람의 마음인들 굽이굽이 휘어지고 뒤틀리지 않을까. 나무와 사람이 다르지 않다는 측은지심이 나무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사람은 나무에 다가가고 나무는 사람에게 다가오면서 나무와 사람은 이이일(二而一)이 된다. 하나가 된다.
구덕포 포구 해송은 힘이 넘친다. 땅을 박찬달까, 몸통을 이리 뒤틀고 저리 뒤틀며 승천하기 직전의 용 같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승천할 수 있지만 매일매일 눈빛 주고받은 사람의 마을을 차마 떠날 수 없어 지상에 남은 나무, 마음 흔들리지 말라고 땅바닥 깊숙이 뿌리박은 나무가 구덕포 300년 해송이다.
이 해송은 곡(曲)의 전형이다. 소나무라서 잎 하나하나 뾰족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밑둥치 굽은 자리가 둥글고 솔가지 휘어진 자리가 둥글다. 거리를 두고서 완상하는 나무 전체의 외형 역시 곡이다. 곡심(曲心), 둥근 마음은 그렇다. 굽고 휘어지면서 마침내 가닿는 경지가 곡심이다. 실수 한번 없이, 실패 한번 없이 앞만 보고 나아간다면 어찌 곡심에 가닿으랴.
(…) 또한 나무껍질도 용 비늘이나 거북이등 같이 생겨 아름다우며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을 지켜주는 영험한 당산나무로 신성시되어 왔다. (…)
나무의 무게일까, 삶의 무게일까. 나무가 겪은 세월 삼백 성상이 순탄하고 평탄하기만 했을까. 껍질은 갈라질 대로 갈라졌고 줄기와 가지는 처질 대로 처졌다. 땅바닥 바짝 달라붙은 높이에서 처진 줄기가 처진 줄기를 받치며 나무는 나무를 지켜왔고 마을의 안녕을 지켜왔다. 그것이 고마워 구덕포 주민들은 장군나무라 부른다. 마을을 지키는 대장군 같은 나무다.
거릿대나무라고도 했다. 거릿대는 당산제 지낼 때 쓰는 솟대의 일종. 마을의 안녕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마을에 따라서 솟대를 별도로 세우기도 하고, 있는 나무를 거릿대 대용으로 썼다. 어업이 주 생업이던 시절, 구덕포 주민들은 이 나무를 솟대 삼아 당산제를 지냈고 풍어제를 지냈다. 그렇게 지내는 제사와 장군나무를 결합해 거릿대장군제라 했다.
구덕포는 청사포와 송정 중간쯤. 그리고 해안도로와 그린레일웨이 중간쯤이다. 나무보다 높은 건물이 앞뒤로 가려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그래도 찾는 사람은 찾는다. 어떤 나무인지 궁금해서 찾고 나무와 눈빛을 맞추려고 찾고 나무의 마음을 얻으려고 찾는다. 근처 살아도 찾기는 처음이라는 해운대 그린시티 주민은 거북이등 같은 마음이 펴졌다며 거북이등 같은 나무에다 대고 합장한다.
구덕포(九德浦)는 왜 구덕포일까. 구덕포 지명 유래는 접하기 어렵다. 기록이 없다. 내 생각은 둘이다. 한자가 같은 부산 구덕산 지명 유래에 단서가 있을 것 같고 사상구 덕포 지명 유래에 단서가 있을 것 같다. 구덕산은 이 산에 있었다던 구덕사란 절에서 유래했으며 구덕은 사람이 갖추어야 할 아홉 가지 덕을 일컫는 불교 용어라고 한다.
덕포(德浦) 역시 지명 유래가 명쾌하다. 언덕이 있는 포구가 덕포다. 언덕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소리 나는 대로 덕(德)을 썼다. 구덕포 덕을 언덕으로 본다면 언덕이 멋진 또는 가파른 포구가 구덕포다. 아홉 구는 뜻이 오묘하다. 구곡폭포니 구중궁궐이 아홉 구를 쓴다. 구덕포 언덕은 얼마나 멋지고 얼마나 가파를까. 구덕포 산자락 체육공원에 서보면 안다. 거기서 보는 바다 풍광이 얼마나 멋진지. 발아래 비탈은 얼마나 가파른지.
동길산 시인

<해운대의 나무> 구덕포 해송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4유형:출처표시, 상업적이용금지, 변경금지 <해운대의 나무> 구덕포 해송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