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의 나무> 삼어초등학교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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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09.01

나무도 꿋꿋, 마을도 꿋꿋

단풍이 들려면 앞으로 한두 달. 단풍을 앞둔 나무는 심사가 어떨까. 아직은 단풍이 들기 전이니 여전히 푸를까, 아니면 몸이야 어떻든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진 걸까. 사람이라면 어떨까. 단풍에 접어들기 직전의 여전히 푸르면서, 그러면서도 붉어질 대로 붉어졌을 그 심사.
삼어초등학교 단풍나무는 꿋꿋하다. 단풍을 앞두고 속은 붉어질 대로 붉어졌을 텐데 여전히 시퍼렇다. 심사가 꿋꿋하니 외모도 꿋꿋하다. 그래서 금방 티가 난다. 학교 안에 있는데도 학교 밖에서 시선이 저절로 간다. "저게 무슨 나무지?" 궁금증이 저절로 인다. 내가 그랬다. 궁금증이 일어서 불쑥 교문을 들어섰다. 코로나 이후 학교 출입이 엄격해졌지만 양해를 구할 요량으로 나무 가까이 갔다. 어렵지는 않았다. 교문에서 몇 걸음만 가면 나무였다. 교문 바로 안쪽이니 학교 바깥에서도 시선이 저절로 갔다. 방문 이유를 들은 학교 지킴이는 친절했다. 나무 이름이며 언제 개교했는지 등등을 웃는 얼굴로 들려줬다. 사실, 이 나무가 단풍나무인지는 몰랐다. 눈에 뜨이게 꼿꼿하고 꿋꿋해서 나무 가까이 갔다. 그러니까 나를 나무로 이끈 건 나무의 이름이 절대 아니었다. 어디에 무슨 나무가 있다더라 식의 명성은 더더구나 아니었다. 순전히 나무 그 자체였다. 꼿꼿하고 꿋꿋한.
"나무는 좋은데 단풍은 별롭니다. 단풍은 작은 나무가 좋아요."
사람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다.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하나는 안 좋다. 다 좋은 사람이 흔하지 않듯 다 좋은 나무는 흔하지 않다. 아직은 단풍이 들기 전. 단풍이 든 나무에 대해서 물었다. 학교 지킴이는 단숨에 말했다. 역시 웃는 얼굴이었다. 웃는 얼굴로 큰 나무, 작은 나무를 가리켰다.
단풍나무는 한 그루가 아니었다. 학교 바깥에서 보면 하나로 보여도 가까이서 보면 큰 나무가 가운데 있고 작은 나무 몇 그루가 에워쌌다. 큰 나무도 작은 나무도 단풍은 단풍. 종자가 다르다. 큰 나무는 나무는 좋은데 단풍이 별로고 에워싼 나무는 작아도 단풍이 좋다. 얼마나 별로고 얼마나 좋은지는 앞으로 한두 달. 단풍은, 보는 즐거움도 크지만 기다리며 상상하는 즐거움도 크다.
반여동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의 이름인 반여4동 삼어마을의 삼어와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장소를 의미하는 작당소를 합성해서 만든 이름이다.
삼어초등이 있는 곳은 반여4동. 초등학교 교문에서 일이십 미터 거리에 있는 반여4동행정복지센터는 소통과 화합, 그리고 마을공동체를 내세운다. 2층 속닥속닥 삼어작당소는 그것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어떻게 보면 도서관이고 어떻게 보며 카페고 또 어떻게 보면 사랑방 같은 곳이라고 안내판은 홍보한다.
안내판 홍보대로 삼어마을은 반여동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삼국시대 고분을 품었으니 오래되기론 부산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든다. 크기도 컸다. 지금은 반여4동의 한 마을이지만 조선시대는 수영강 이쪽 전체가 삼어였다. 장산을 낀 수영강 저쪽을 반여, 이쪽이 반여였다. 옛날 지도에 그렇게 나온다. 한마디로, 어디에도 기죽지 않는 꿋꿋한 마을이었다.
삼어는 뭘까. 삼어초등이며 삼어마을이며 등등의 이름 유래가 된 삼어는 세 마리 물고기를 뜻한다. 수영강을 낀 이 마을엔 철따라 황어와 은어, 그리고 연어가 물 반, 고기 반이었다. 단풍철에는 단풍 반, 물 반이었으리라. 단풍이 들려면 앞으로 한두 달. 단풍에 들기 직전 지금의 삼어는 여전히 푸르면서, 그러면서 붉다. 동길산 시인

반여4동 삼어초등학교 교정의 단풍나무. 나무가 꿋꿋해서 티가 금방 난다. 학교 안에 있는데도 학교 밖에서 시선이 저절로 가고 "저게 무슨 나무지?" 궁금증이 저절로 인다.

<해운대의 나무> 삼어초등학교 단풍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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