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미국 흑인소설의 고전
오디세이적 방랑 통해 인간 실존 문제 탐색

보이지 않는 인간(Invisible Man)은 미국의 흑인작가 랠프 엘리슨(Ralph Ellison)에 의해 1952년에 발표된 소설로서, 미국 흑인소설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발표 이듬해 국민도서상(National Book Award)을 수상하였고,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어소설, 랜덤하우스 출판사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영어소설 가운데서 다 19위에 랭크되었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이 소설이 그러한 평가를 받는 주된 이유는 그것이 기법상으로나 또는 주제상으로나 단순히 흑인소설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그것을 넘어선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소설은 그 기법에 있어서 서구 모더니즘 작가들의 중요한 전통과 계보를 계승하고 있고, 주제에 있어서도 주인공의 오디세이적 유랑과 불가시성(invisibility)이라는 보편적인 인간 실존의 문제를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탐색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끝내 이름이 밝혀지지 않는 한 무명의 미국 흑인 청년을 주인공 겸 화자로 내세워 그의 오디세이적 유랑을 통하여 바로 이러한 인간실존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색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외에 총 25개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사건은 이 무명의 흑인 주인공 청년의 경험에 따라 전개된다.
그는 남북전쟁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적 차별과 편견이 여전하던 남부에서 태어나 백인들에 의해 가해지던 온갖 차별과 모멸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순응주의자로 성장해 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부 흑인 대학에 입학하여 모범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하던 중 대학을 방문한 유력한 백인 이사 노튼 씨를 잘못 인도했다는 책임을 물어 대학에서 퇴학을 당하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북부로 가서 페인트 회사에 취직을 하기도 하고, 흑인 공산주의자들의 지하단체인 형제단에 가입하기도 하고, 할렘의 인종폭동을 겪는 등 온갖 오디세이적 유랑을 계속하게 되는데, 그러한 유랑을 통하여 백인들이 주류로 행세하는 미국사회 내에서 비주류인 한 흑인 청년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점차 깨달아 간다.
그러한 그의 의식의 성장과 함께 그가 궁극적으로 깨닫는 것은 자신이 보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정진농·부산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