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정다운 이웃

장산길마을지기 수기

정다운 이웃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관광문화과 작성일 2017.07.06

해운대구에는 반송1동 장산길, 반송2동 담안골, 반여2·3동 무지개 등 세 곳의 마을지기사무소가 있다. 마을지기들은 단독주택 지역에서 아파트관리사무소 수준의 주택유지관리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한다. 반여·반송 주민의 든든한 지킴이, 마을지기 수기를 게재한다.


진작 전등을 교체해드렸으면 며칠이라도 밝게 생활하셨을텐데


오늘도 이른 아침 사무실에 도착해 일정을 확인하고 손에 익은 장비를 챙겨 출장에 나섰다.
좁은 골목길 안쪽 2층에 살고 계신 어느 할머니 댁의 현관문과 싱크대가 말썽을 부린다고 와서 손 좀 봐줄 수 없겠냐고 연락이 왔다. 할머니 댁에 도착해서 싱크대부터 수리를 시작했다.
한참 일하던 중 인기척이 느껴져 돌아보니 어르신 몇 분께서 물끄러미 보고 계셨다. 4층인 이 건물에 입주하고 있는 모든 세대가 기초생활수급자였고, 2층 어르신께서 현관문과 싱크대를 수리하게 됐다고 자랑을 하신 모양이다.
3층 어르신께서 우리 집도 수도 밸브가 안 잠겨서 물이 새는데 수도세가 많이 나올까봐 겁이 나는데 한번 와서 좀 봐주소라고 하셨다.
1층 어르신도 수도꼭지가 낡아서 녹이 억수로 나오고, 물도 새는 것 같고, 전등도 좀 밝았으면 좋겠는데라고 말씀하셔서 우선 2층을 수리하고 3층을 방문해 수도꼭지와 전등을 교체했다. 그리고 1층을 방문해 수도꼭지를 교체를 해드렸다. 1층 어르신 댁에 전등을 교체하려던 순간 전등 재고가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어르신께 다음에 교체해드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어르신은 못내 아쉬워하셨지만 웃으시며 다음에 꼭 해달라고 부탁하셨다.
며칠이 지나 1층의 전등을 교체하기로 한 날이 다가와 어르신께 전화를 드렸더니 병원에 입원을 해서 다음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며칠 후 근처를 지나는 길에 들렀더니 문이 잠겨있었다. 혹시나 싶어 2층 할머니께 여쭸더니, 슬픈 표정으로 1층 어르신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셨다. 진작 전등을 교체해드렸으면 며칠이라도 환한 곳에서 생활하셨을텐데….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시 출장을 나섰다. 홀로 사시는 70대 할머니 댁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돌아가신 1층 어르신이 생각이 났다. 곱게 빗어 넘긴 흰 머리를 보니 더욱 그랬다. 부탁하신 일 외에도 전기 수도 문 싱크대 등을 꼼꼼히 둘러보고 교체해야 할 것은 교체하고, 고장 난 부분은 말끔히 수리했다.
일을 끝낸 다음 인사를 드리고 가려는데 할머니께서 한 상 가득 점심을 차려주셨다. 사양했지만 할머니는 한 숟가락이라도 뜨고 가라고 말씀하셨다. 야박하게 거절할 수 없어 작업복을 벗고 할머니와 같이 식사를 했다. 식사 후 할머니가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시고 건넛방으로 가시더니 까만 양복 한 벌을 꺼내 오셨다. 복지관에서 양복을 한 벌 받았는데 혼자 살다보니 입을 사람이 없었는데, 마침 주인이 나타난 것 같다고 하셨다. 양복을 한 번 입어봤는데 사이즈가 맞지 않았다. 할머니는 아쉬워하는 기색을 보이셨다. 하지만 이내 웃으시며 다음에 살 빠지면 꼭 가져가라고 등을 두드려 주셨다.
힘없는 어르신들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고, 그분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마을지기의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재성·박영옥 장산길마을지기


장산길마을지기 수기

첨부파일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1유형:출처표시 장산길마을지기 수기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 조건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목록

담당자 정보

  • 담당자 홍보협력과  조미숙
  • 문의처 051-749-4075
방문자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