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마리아 로사리오 벨렌주엘라 리입니다. 참 길죠? 하지만 이 곳, 송정에서는 이장미라고 불린답니다. 제 영어 이름을 한글로 옮기면 장미라는 뜻인데 거기에 남편의 성을 붙여 이장미라는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서는 모두 저를 장미라 부르니 이젠 본명보다 더 많은 정이 들었습니다. 송정에서 저희 가족은 장미가족이라 불린답니다. 아직 정식으로 등록한 이름은 아니지만, 제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면 꼭 이장미라는 이름으로 살고 싶습니다. 제가 아무 인연도 없던 한국으로 오게 된 건 남편 때문이죠. 필리핀 복음 선교 개척학교에서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마음이 따뜻했던 남편에 끌려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저는 2009년, 고향인 필리핀을 떠나 한국에 처음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한국생활 8년차, 저는 아이 세 명을 둔 한국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다둥이 엄마입니다. 그리고 남편만큼이나 저를 아껴주시는 저희 시부모님도 계십니다. 시어머님은 제게 처음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주신 분입니다. 하지만 시아버님의 첫 인상은 무척이나 무서웠습니다. 술도 많이 드셨고 술에 취하면 항상 큰 목소리로 화를 내 가족들을 매우 힘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시아버님께서 제가 첫 아이를 가진 후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입덧으로 한국음식을 잘 못 먹는걸 아시고는 제 고향에서 먹는 생선을 구해 고향에서 하는 조리방법 그대로 생선을 숯불에 구워주셨습니다. 몇 년 전 간암으로 고생하셨는데 제가 열심히 간호하고 기도한 덕분일까요?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하셨습니다. 저와 함께 교회도 다니십니다. 가족들 모두 시아버님의 변화를 놀라워하고 감사해했습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큰 딸 주안이, 7살인 아들 주빈이, 그리고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20개월 막내 주헌이. 세 아이의 엄마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 어머니,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