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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시아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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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2.02

어느 날 저녁 가게 문을 닫으려고 막 정리를 시작한 순간 중년의 남자분이 매장에 들어오셨다.
"아줌마가 입을 오리털 패딩 하나 주세요."
아내가 보통 키에 화사하고 밝은 톤이 어울린다며 이것저것 물어가며 꼼꼼히 챙기셨다. 손님이 고른 옷은 25만 원짜리 흰색 패딩이었는데 20만 원 주면서 나머지는 신용카드로 하자고 했다. 현금이 부족한가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마누라가 옷값 비싸다고 할까 봐요. 20만 원은 마누라가 생각하는 상한선이거든요."
참 잘 어울리는 부부다. 부인은 알뜰한 살림꾼이고, 남편은 그런 성격 탓에 옷 한 벌 변변히 사 입지 않는 아내를 위해 괜찮은 패딩을 골라 가고, 게다가 아내가 놀랄까봐 현금과 카드를 함께 사용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센스까지.
띠리리링. 옷을 포장하는데 손님에게 전화가 왔다.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로 봐서 아내인 듯했다.
"응 그래? 아버님도 이젠 그만하실 때가 됐는데. 아파트 경비 일이 생각보다 힘든데."
본의 아니게 통화 내용을 들었다. 통화를 마친 손님은 옷을 들고 나가셨다.
그런데 다음 날, 손님의 아내가 남편이 사 간 옷을 가지고 찾아오셨다.
"이 패딩, 다른 거로 바꾸려구요. 60대 후반 남자 어르신이 입으실 패딩으로요."
나는 잠시 머리가 복잡해졌다. 남편은 아내를 위해 패딩을 사 갔고, 그 아내는 시아버지 옷으로 바꿔 가겠다고 하는 상황.
이분들 참 어지간하시다. 부러울 정도로 예쁜 마음씨를 가진 아내분이었다.
자상한 남편, 효심이 지극한 며느리, 연세가 있으신데도 자식들에게 부담 안 주려고 일을 하시는 시아버지. 참 행복한 가정이구나 하는 생각에 내 마음도 따뜻해졌다.
이종섭(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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