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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버스에서 만난 빨간펜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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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2.02

출퇴근길에 버스를 타는데, 아침 출근길 같은 시간대에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렇게 만나는 분 중 눈에 띄는 어르신이 한분 계시다. 연세가 일흔쯤 되어 보이시는 이 분은 보통 사람과 약간 다르다. 가죽 손가방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며 신문을 보시다가, 버스 좌석에 앉으면 열심히 신문의 사설이나 어떤 기사를 조그만 수첩에 적으신다.
요즘 세상에 종이 신문을 읽는 분도 흔치 않은데다 빨간 펜으로 신문 기사에 밑줄까지 쫙 그으며 돋보기 너머에 있는 활자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할아버지의 가죽가방 속 수첩은 지식의 창고이지 않을까 싶다. 특이하고 놀라운 것은 덜컹거리고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마음의 동요 없이 한결같은 밑줄 긋기를 하신다는 점이다.
엊그제였다. 할아버지가 열심히 필사하는 신문의 내용이 어떤 건지 궁금증이 발동해서 살짝 컨닝을 했다. 내용은 선생님들이 교권 때문에 시위를 한다는 기사였다.
할아버지가 교사 출신이신가?
궁금증을 갖던 찰나. 들켰다. 컨닝을 하다가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순간 멋쩍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목례를 하자 할아버지는 그저 빙그레 웃으셨다.
"손주놈한테 좀 가르쳐 줄라고. 애들이 너무 어두워."
애들이 너무 어둡다는 말씀 속에는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이나 할 줄 알지 세상 돌아가는 일에 너무 생각이 없어서 걱정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입시 준비 때문에 교과서에만 파묻혀 있는 것도 걱정스러움의 일부였을 것이다.
"손주들한테 상식을 가르쳐 주시나 봐요. 너무 좋으시네요."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그저 피식 웃으셨다. 그 손주들 정말 행복하다. 이런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으니.
어른으로서, 인생의 대선배로서, 그리고 부모로서 그 연륜과 지식을 바탕으로 손주에게 친절히 알찬 공부를 시켜주는 학구파(?)시니 참 멋진 할아버지다. 우리 해운대구에 이런 화목하고 따스한 가정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준호(중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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