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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이건희 미술관과 부울경메가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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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통협력과 작성일 2021.09.01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이건희 미술관과 부울경메가시티

이건희 미술관 서울 유치, 정부의 단적인 지역홀대
민주적인 절차 거치지 않아 지역 문화분권 외면해
지역 수익, 수도권이 바로 흡수하는 현상의 폐해
부울경메가시티와 단단한 뿌리의 지역 공동체가 해법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이건희 미술관 서울 유치 소식을 접하면서, 지역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 깊은 실망을 느낀다. 전국 40곳의 지자체들이 지역 문화분권을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유치 신청을 했는데도, 그 결과는 허망했다.
무려 2만3천여 점의 명작들을 소장할 미술관을 선정하면서, 심사위원단 평가와 공청회도 거치지도 않고 전격적으로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정부가 신줏단지같이 모시던 민주주의는 어느 곳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대한민국 미술관의 40%가 몰려있는 수도권에, 그것도 선정된 지역 인근의 경복궁-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리움미술관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는 분석에는 분노감마저 든다. 특히 해운대는 국제적 관광명소이자, 문화인프라(영화의전당, 시립미술관), 마이스산업을 갖춰 국제적인 미술관 부지로 손색없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미술관 유치운동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해운대구청이 주도하는 전국 19개 지자체가 최근 긴급회의를 열고 서울 유치 반대 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현재 이건희 미술관 해운대 유치위원회가 발족해 시민 서명운동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서울 블랙홀 현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닐 터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지역 분권을 외쳐왔지만, 중앙 정부는 눈 깜짝 하나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지역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속속 떠나고 지역 경제와 문화, 일자리는 멘붕 직전 상태에 접어들었다.
수도권이 스스로 풍성하고 부유해졌다면 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지역의 수익이 지역으로 잘 돌아오지 않고, 수도권은 이를 빨대 같이 흡수한다. 대기업 위주 경제 체제, 대형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외식숙박업, 국세, 심지어 복권 수익….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국가 전력 수급을 위해 눈앞에 원자력 핵발전소를 껴안고 사는 부산 경남 시민들의 불안감은 또 어떤가.
해양도시 부산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대표적인 사례 하나를 들겠다. 부산 시민들은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아름다운 해안가 경관과 항만도로들을 다 내주었다. 항만으로 연결된 도로에 대형 컨테이너 트럭이 굉음을 울리며 달릴 때마다 불편과 위험을 감수하고도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았다. 대형 컨테이너들 역시 아름다운 해안선과 바다를 차단하고 있는데도 국가란 대의를 위해 큰 불평하지 않았다. 커다란 금속성 용기들이 그동안 시민들의 배를 얼마만큼 따뜻하게 해주었을까?
지난해 부산항만공사 매출액 3천9백70억 원 가운데 올해에는 2백38억 원이 국고로 들어간다. 또 지난해 전체 부산항 매출액 31조 원 가운데 항만 관련 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국세까지 합하면 금액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희생을 치르고도 돌아온 대가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로 통행료다. 항만 수익이 부산으로 돌아오는 구조라면 어떨까? 부산이 항만물류로 번영하고 있는 싱가포르 같은 도시국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지속적인 착취 구조를 이제는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힘에는 힘으로 맞서야 한다. 다행히 최근 부울경메가시티가 활발하게 다시 논의되고 있다. 미래 도시학자들은 앞으로는 지역별 거점 도시들을 중심으로 지구촌이 번영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정 지역과 도시를 중심으로 1백여 개 정도의 중심축이 생겨날 것이란 전망이다. 국가가 아닌 지역 중심의 발전이다.
동남권 벨트는 항만, 중공업에서부터 관광자원, 농어업, 아름다운 경관에 이르기까지 다 가지고 있다. 서로 힘을 합치면 못할 게 무엇이 있겠는가. 동남권 교통망 구축과 같이 경제 사회 분야에서의 움직임들이 차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가운데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게 문화 교류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맞서 동지를 모으고 문화적 동질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역문화재단들의 공동기획, 시립예술단체 교류, 공동의 홍보마케팅, 공원과 공공기관 입장료 혜택 같은 다양한 연대를 펼쳐야 한다.
또한 부울경메가시티가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뿌리에 해당하는 소규모 공동체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고 물리적인 결합만 된다면 사상누각에 그칠 우려가 크다. 각 지자체의 구 단위별, 동네 단위별 교류를 통해 상생의 지역공동체들이 뿌리를 내려야 한다. 부울경메가시티란 큰 단위의 과일나무 아래에 옥수수(도시), 그 밑에는 콩과 식물(자치구), 그 밑에는 덩굴식물인 호박(동네)이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수분과 영양분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지역은 살뜰한 경험들이 축적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일상의 경험들이 축적될 때 바로 수도권 중심주의란 견고한 구조와 맞설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다이빙대에서 통통 뛰기를 할 뿐, 물에 첨벙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수도권 중심주의에 맞서기 위해 부울경 지자체, 구성원들 모두가 팔을 걷어붙인 채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박 태 성


·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영국 스태퍼드셔주립대학교(사회문화학과) 석사/부산일보사 기자·논설위원(1986~2017년)/부산시민회관 본부장(2017~2019년)
· 저서 유쾌한 소통(산지니 출판사), 예술, 거리로 나오다(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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