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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독자마당-제자의 값진 선물 전화 한 통

문화∙생활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3.07.03

매년 스승의 날이 되면 반가운 전화가 와서 흐뭇해진다. 38년 전에 졸업한 제자 흥복 군으로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익숙한 음성이 들려온다.
서울에 간 지 오래돼서 말씨도 변한 흥복 군은 "선생님 그간 별고 없으신지요? 당장이라도 달려가 뵙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저는 괴롭기만 합니다. 다음 번에 고향에 내려가면 꼭 선생님 댁에 들르겠습니다. 이제 퇴임하셨으니 건강 잘 챙기시고 여행도 다니시고 즐겁게 지내시길 빕니다. 전인교육, 인간교육, 인성교육에 힘써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길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인사한다.
"흥복아, 정말 고맙구나. 직장생활로 바쁠텐데, 졸업 후 한해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니 내가 무엇으로 보답해줄까"하고 대답했다.
돌이켜보면 83년 고교 1학년 때 흥복 군의 담임을 맡았었는데 별로 잘해 준 것도 없고 유난히 관심을 가졌던 제자도 아니다. 흥복 군은 남들이 다 가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고 일찍이 직업전선에 뛰어든 제자다. 성격이 아주 어질고 착해 어렵고 힘든 일은 앞장서서 해냈으며 매사 성실했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는 첫 직장으로 중견가구회사에서 근무했으며 28년 전 엄청난 붕괴사고가 발생했던 삼풍백화점에 일했던 적도 있다. 당시 생사를 알아보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연락했으나 제대로 연락이 닿지 않아 안절부절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 정도 사고가 수습된 뒤에 전화가 왔다.
"선생님, 무척 염려하셨죠. 저도 연락드리고 싶었지만 사고 후 눈코뜰새 없이 바빠 도저히 겨를이 없었습니다. 이제 늦게나마 제 목소리를 들으셨으니 안심하십시오"라는 것이 아닌가. 철저히 사보다는 공을 우선시하는 그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가끔씩 서울에 가면 식사도 하고 술잔도 기울이며 노래방에도 들르는 등 격의 없이 지냈고, 넥타이나 와이셔츠 등 선물도 이따금 안겨준다. 무엇보다 연락하면 언제든 반갑게 맞아준 것이다. 다른 제자들은 한두 번쯤 만나고 또 연락하면 이런저런 핑계로 만나기를 꺼리는데 흥복 군은 아무리 바쁘고 중요한 일이 있어도 만사를 제치고 참석한다는 것이다.
해마다 스승의 날에 걸려오는 흥복 군의 전화 한 통화가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반갑고 소중한 선물이 되어 버렸다.
우정렬 수필가(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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