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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일과 휴식에 관한 다섯 가지 오해

문화∙생활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소통협력과 작성일 2021.08.03

올해 여름휴가는 코로나19로 여행 어려운 상황
일과 휴식 관련 부당한 대접 받는 다섯 가지 표현
제대로 놀며, 멍 때리며, 제대로 외톨이가 될 것
동서고금의 명언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실천

휴가철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여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휴가를 어떻게 지낼지 난감하다. 일과 휴식과 관련해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 다섯 가지 표현에 대한 오해를 풀어볼까 한다. 첫째, 놀고 있네 둘째, 멍하다 셋째, 차라리 낮잠이나 자라 넷째, 식물 같다 다섯째, 외톨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다.
첫째, 놀고 있네이다. 흔히 어색하고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때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놀고 있네라는 표현을 한다. 우리 사회가 노는 것에 대해 그다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바쁘시죠?가 인사말이 되었듯이 말이다. 그런데 인류학자 호이징가가 인간의 특성을 놀이하는 존재로 정했듯이, 놀이는 인간의 공통적 특징 가운데 하나다. 놀이는 서로 공감함으로써 공동체의 유대감을 높여준다.
둘째, 멍하다이다. 뭔가에 홀린 듯, 제정신을 내려놓고 있는 상태로 대체로 부정적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멍한 상태는 꼭 나쁜 상태가 아니다. 휴가의 영어 단어 vacation은 텅 빈을 뜻하는 라틴어 vacant에서 유래했다. 텅 빈 상태인 멍하다야말로 휴가의 어원과 맞닿아 있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멍하니 창밖을 내다본다면, 유치원 교사는 그 아이를 통제하려 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 같아도 내면에서는 매우 다양한 활동을 한다. 절대적 규칙에 적응한 교사가 아이 침묵을 참지 못할 뿐이다.
셋째, 긴장을 풀어 건강에 도움을 주는 낮잠 역시 마찬가지다. 차라리 낮잠이나 자라, 서류가 낮잠 자고 있다는 표현이 그렇다. 20세기 초반 한 때 미국에서는 일어난 날에 자는 것은 죄악이다라고 할 정도로 잠은 자본주의의 해악과도 같았다. 그런데 15~20분 정도 낮잠은 건강에 매우 좋다는 연구결과들도 많다.
넷째, 식물 같다다. 우리는 몸과 정신이 게으르게 움직일 경우, "식물 같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무는 인간의 기본 감각 외에 중력, 전기장, 자기장 같은 것을 감지할 수 있는 12가지 감각 기관을 다 사용할 정도로 활발히 움직인다.
나무는 늦은 봄까지 수많은 잎과 꽃을 피우며 수분을 마칠 때까지 중노동을 한다. 여름에 접어들면 비교적 여유가 생겨 외적 성장을 거의 중단한다. 겨울 한파와 서리에 대처하기 위해서 세포를 목질화시키는 내면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가을에는 잎사귀들을 떨구는 과정도 진행한다. 그러다가 해가 길어질 날에 대한 기대로 신기한 겨울나라에서 휴면한다.
이 모든 과정이 전혀 요란하지 않다. 침묵의 언어로 일궈내는 놀라운 성장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하게 살아 있는 존재란 것을 깨우치게 한다. 이리저리 차이는 축구공이 아닌, 중심과 방향을 정해 샘물같이 끊임없이 솟구친다. 식물 같다란 표현이 가당치 않은 이유다.
인간이 침묵의 상태를 어색하게 여겨 그런 표현을 쓴다. 생태주의자이자 시인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가장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이 나무들을 관찰하고도 조금 놀라워하다가 그친다는 것이다"라며 경이로움을 표시했다.
다섯째, 외톨이이다. 이 단어 역시 은둔형으로 지내는 사회부적응자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외톨이는 이 세상에 없다. 생태주의자인 소로우는 "내가 가장 유쾌한 친구다"라며 혼자의 시간을 즐겼다. 혼자 생각하며, 자연과 대화하며, 뭔가를 발견하며 느끼는 희열은 더위마저도 싹 물리칠 수 있다.
자연과 대화하는 사유를 한다면 주위 사물이 다 친구가 된다. 그들에게 소원을 이야기하면 일간지에 싣는 광고보다도 더 강력한 효과가 있다. 그 간절한 바람은 우주의 텔레파시가 돼 언젠가는 소원을 들어준다. 애니미즘(정령주의) 및 피그말리온 효과다.
이번 여름은 여행지를 직접 고르며 숙박 시설을 예약하는 설렘은 미뤄야 할 것 같다. 생각을 깊이 하는 사람이 가장 멀리 여행할 수 있다란 말이 있다. 어느 곳에서든 마음에 돛을 달아 바람과 파도를 구슬려 우주 먼 곳까지도 여행을 떠날 수 있게끔 마음을 수양해야 하겠다.
휴가철에 나는 보여진다. 따라서 나는 존재한다라는 SNS 중독사회에서 잠시라도 벗어나는 것은 어떨까. 휴대폰 연결을 최소화시키며 자기 내면에 집중하면, 더위도 별 느끼지 않는다. 사이비 공간에서 완벽한 연결을 추구하면 완벽한 공허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각자 방식대로 제대로 놀며, 제대로 멍 때리며, 제대로 낮잠을 자자. 또 제대로 자연과 소통하며, 제대로 외톨이가 될 것을 권한다. 동서고금의 명언.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박 태 성
·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졸업/영국 스태퍼드셔주립대학교(사회문화학과) 석사/부산일보사 기자·논설위원(1986~2017년)/부산시민회관 본부장(2017~2019년)
· 저서 유쾌한 소통(산지니 출판사), 예술, 거리로 나오다(서해문집)

<박태성의 세상 이야기>일과 휴식에 관한 다섯 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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