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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빠의 자격, 아빠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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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1.05

아이들에게 1박2일 가족여행을 가자고 하니 세 놈의 얼굴색이 변한다.
"어디로요? 싫은뎅"부터 "미리 말도 안하고 왜 아빠 맘대로야? 친구랑 약속 있는데"라고 하지를 않나, "일요일에 친구 만나기로 했단 말이야"까지.
하루하루 피 말리는 전쟁 같은 생존경쟁에서 애쓰는 아빠가 하루쯤 짬을 내서 가족과 쉬고 싶어 그러는 건데 그걸 몰라주다니. 마치 형사가 취조실에서 범인 추궁하듯 아빠에게 꼬치꼬치 따지고 트집을 잡고 말이야. 은근 서운하다. 나쁜 녀석들. 믿었던 아이들에게 배신당했다는 감정이 커지자 결국 내뱉은 말.
"관둬, 관둬라 일마들아! 대신 니덜, 앞으로 아빠한테 용돈은 땡전 한 푼 기대하지 말어. 내가 그걸로 술을 사먹지 차라리"라고 선언해 버렸다.
그러자 "아빠는 맨날 맘에 안 들면 용돈 가지고 저러신다. 치이~"라며 큰놈이 입을 삐쭉 내밀자 막내딸도 눈을 크게 뜬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세상이 바뀐 걸 어떡하랴. 옳다 그르다를 말하기 전에 행복하려면 아이들에게 맞춰야 하는 시절이니. 아빠의 권위가 사라진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아내의 충고가 이어졌다. 아내 의견에 결국 마음을 삭히고 끄덕끄덕.
오래전 가수 전인권 씨가 방송에서 했던 말이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두개의 언어를 배웠다. 하나는 아버지를 대할 때 사용하는 존댓말이었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에게 쓰는 반말이었다. 어머니의 공간에선 내 마음의 진실에 가까운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가 나타나면 일순간 거둬들여야 했다"고. 그이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빠들이여! 아이들이 아빠의 권위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또한 그렇다고 서운해 하지도 말자. 이제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먼저 귀 기울이고 공감하고 발 맞춰 주는 게 좋은 아빠인 시대인 게다. 그래도 아빠들의 자식 사랑과 자식들의 아빠 사랑이야 어디 변했으랴. 아빠의 자격, 아빠의 자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본다.
유진규(우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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