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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평범한 주부들이 만든 기적 달빛 아래 강강술래

문화∙생활 게시물 상세 정보
작성자 홍보협력과 작성일 2024.04.08

38분 공연을 위해 석 달 동안 네다섯 시간씩 연습한 특별한 토요일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지나간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강강수울래~" 선창을 들으며 앞 사람과 뒷사람의 손을 잡고 무대 옆에 줄지어 서있는 해운대 동백강강술래단 다섯번째 단원이 나다.
찬바람 부는 해변에 빈틈없이 모여서 우리를 보고 있는 정월대보름 맞이객들이 보인다. 시작을 앞둔 두려운 가슴 떨림과 한기로 떨리는 몸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두 방망이질 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부디 실수 없이 무사히 강강술래 공연을 끝낼 수 있길. 조용히 하늘을 보며 마음속으로 기원한다.
울퉁불퉁 푹푹 파이는 익숙하지 않은 모래사장 위에서 줄을 맞춘다. 조금이라도 예쁘게 보이려는 춤사위와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한바탕 숨차게 뛰노라면 어느덧 노래 가락이 잦아들고 마지막 절을 하고 있다. 아! 끝났다. 자잘한 실수가 마음에 걸리지만 무사히 끝났다. 손뼉을 치면서 수고한 동료들을 보며 환하게 웃는다. 서로의 수고를 알기에 따뜻한 눈길을 주고받으며 등을 다독인다.
3년 전 해운대신문에서 동백강강술래 단원 모집 글을 보고 휴대폰을 눌렀다. 춤이라곤 어릴 적 학교 발표회와 중학생 때 무용 시간에 잠깐 배운 게 전부였다. 더 늦기 전 한 번 해보지 뭐 라는 생각으로 무모하지만 용기를 냈다. 낯선 사람들 속에 끼어 말을 듣지 않는 손과 발을 맞추며 몸치임을 확인한다. 머리로는 아름다운 춤 동작이 그려지는데 정면의 거울에 비치는 나는 체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민망했다. 손을 잡고 즐겁게 뛰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힘든 동작의 연속이었다.
남생아 놀아라, 고사리 꺾자, 개구리 잡기, 오륙귀범, 청어 엮기 풀기, 손치기 발치기에 이어 덕석을 말았다 풀고 껑충껑충 뛰기 등.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매주 발목과 무릎 통증으로 중도 탈락자가 발생했다. 아픈 다리와 허리가 걱정되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보름 공연까지 개근을 했다.
강강술래는 춤, 노래, 놀이가 섞인 종합 예술적인 전승물이다. 우리의 대표적인 민속 예술로 함께 춤추는 가운데 협동심, 평등, 우정의 교류를 함께한다. 춤을 잘 춘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단장님은 좋은 인품을 반복해 강조한다. 처음 입단하면 연습하기 편한 바지와 티를 입고 장신구는 일체 집에 잘 모셔두고 오라고 한다.
연습하다 다칠 수 있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빈부격차가 드러나지 않고 모두 동등하게 연습에 집중 하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평범한 주부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작은 기적이다. 이것은 벅찬 감동이며 잔잔하던 일상에 총천연색 점을 찍는 것이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두고두고 펼쳐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한 강강술래였다.
내년 정월 대보름에도 황금빛 보름달은 휘영청 떠오를 것이다. 검푸른 파도가 치는 바다 옆 해운대 백사장에서 강강술래의 한마당은 또 펼쳐질 것이다. 그곳에 튼튼한 두 다리로 신나게 뛰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김명화(중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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