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여정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아주 추운 겨울 어느 날 이 세상에 태어나 소극적이고 그림과 전혀 관계가 없는 평범한 아이로 국민학교를 다니다 중학교에 입학하여 미술담당이신 담임선생님을 만나 첫 번째 미술시간에 엄청난 칭찬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착각으로 인한 미술과의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되었다.

두 번째 여정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은사님의 추천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의 강의를 시작하였고 이화미디어고등학교, 목원대학교, 경상대학교, 동아대학교, 신라대학교, 경성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였으며 교수퇴직 후 부산대학교 대학원을 마지막으로 42년간 몸담았던 교직의 여정을 내려놓았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부산미술대전, 대구미술대전 등 다양한 공모전의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한국미술협회(자문위원), 한국공예가협회 회원이며 그 외 여러 협회의 고문을 맡아 이것저것 참견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또한 개인전을 비롯한 국제초대전, 단체그룹전 등 400여회에 이르는 작품전을 하였으나 교직에 있다는 핑계로 적극적인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 내 작품여정에서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 번째 여정

그러나 다행이도 고희(古稀)를 넘어 산수(傘壽)를 바라보며 개인전을 시도한다는 무모한 생각이 나를 다시 환쟁이로서 일말의 희망을 갖게 된 것에 나의 마지막 여정은 쓸쓸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현재는 소담이라고 명명한 집 한 구석방 아뜨리에에서 언제까지 일지는 몰라도 환쟁이로서의 마지막 열정의 여정을 불태우고 있는 중이다.